소리없이 쌓여만 가는 하얀 눈 위로
서성거리며 늘어간 발자국들이
날 더 설레이게 해(oh)
매일 꿈꿔왔었던
그날이 바로 오늘 내게 다가온거야
너와 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마주보며 웃음 짓고
스쳐간 추억들이 거릴 물들여가
늘 곁에있어도 꺼내지 못했었던
나의 맘을 오늘 전하고 싶어
널 사랑한다고
Thank U For - XIA
데미안x알리샤 / 메이플스토리 / 소설, 상플
[데미알리] Thank U For - 상편 - 르비앙
바닥에 쌓여가는 눈의 두께가 두터워질수록, 겨울의 공기는 더욱 고요함을 더해갔다. 바닥을 빼곡히 채워나가는 하얀 눈의 모습들 위로, 그 모습을 도화지 삼아 하나 둘 늘어가는 발자국들을 보며, 데미안은 주머니 속으로 숨긴 양 손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 중이었다. 이리저리 발장난을 치던 데미안에 의해 하얀 도화지 같던 바닥 위로 수없이 겹쳐진 발자국의 모양만이 남아 데미안의 기다림을 함께하고 있었다. 금방 만나자며 이모티콘이 가득한 문자였던가. 평상시의 모습과 그 문자가 겹쳐 떠오르면서, 데미안이 입가까지 바짝 멘 빨간 목도리 사이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약속 장소까지 한참을 걸어온 참이었다. 자빠질 뻔한 위기도 몇 번 넘겨가면서. 하지만 데미안을 만나기로 했던 가로수 근처에는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단지 다른 곳보다 얕게 쌓인 눈만이 있었을 뿐이다.
“벌써 간 거야? 나 안 늦었는데! ”
아까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광장을 지나오면서 시계탑을 확인하고 온 참이었다. 분명 늦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데미안이 늦을 상대는 더더욱 아니었다.
희미해져버린 바닥의 발자국들을 한참 바라보던 알리샤가 찬찬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아주 드문드문 남아있는 발자국의 흔적은 멀찍히 보이는 골목을 향해가고 있었다.
"에이, 내가 거기로 숨으면 모를 줄 알고? "
알리샤가 골목을 향하여 소리쳤다. 자신의 목소리가 쨍하게 공간을 흔들었지만 곧 내리는 눈에 파묻혀 잠잠해졌다. 발자국의 흔적을 다시 차차 살펴보던 알리샤가 발자국의 흔적을 따랐다. 자신의 걸음걸이보다 더 넓은 발걸음 하나하나를 살피며 알리샤는 그 발자국의 주인에 대한 확신을 더해가고 있었다.
골목이 꺾이는 곳에 발자국의 주인은 없었다. 오히려 발자국은 끊겨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방향에서 온 발자국들과 지금껏 따라온 발자국이 이리저리 섞인 듯 보였다. 알리샤가 흠, 하고 숨을 내쉬며 빨간 벙어리 장갑을 낀 양손에 힘을 다잡아 비닐봉지를 다시 바짝 잡았다.
"대체 얼마나 큰 나무를 꾸미려고?"
알리샤의 등 뒤에서 발자국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엄청 큰 나무 꾸밀 거야. 너 오늘 고생 좀 할 걸- "
휙 뒤로 돌려는 알리샤가 자신의 손에 쥔 비닐봉지가 뒤까지 바짝 다가온 데미안의 다리에 걸리자 멈칫했다. 이 발자국으로 앞서간 줄만 알았더니 등 뒤에서 나타날 건 또 뭐고, 언제 바로 뒤까지 따라왔담? 몸 대신 고개를 돌리려는 알리샤의 양 볼 위로 따뜻한 캔이 차분히 닿았다. 데미안이 알리샤 어깨 너머로 뻗은 손이 알리샤의 뺨에 캔을 갖다대고 있었다.
"헤, 따뜻해."
알리샤가 양 볼을 감싼 온기에 잠시 눈을 감고 작게 웃어보이며 중얼거렸다.
"누구 발자국일줄 알고 막 따라가, 따라가길? "
"완전 발자국에 '내 발자국임 - 데미안' 이렇게 써있던데? "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알리샤가 대답했다. 그런 알리샤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터진 데미안이 한 쪽 손으로 캔을 옮겨 두 개를 손 한 가득 잡더니, 나머지 빈 손을 알리샤에게 내밀었다. 알리샤가 한 쪽 손에 들려있던 비닐봉지를 넘겨주자 데미안은 캔을 든 손을 내밀며 받아, 라며 캔 하나를 넘겨주었다. 흐, 따뜻하다, 를 중얼거리던 알리샤가 아직도 온기가 여전한 캔을 볼에 갖다 댔다.
"먼저 이 골목으로 갔던 거 아니였어? "
"안 갔어. 다시 뒤로 걸어서 원래 자리로 갔거든."
"너 나 낚을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
"낚을 생각은 없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잠시 편의점을 다녀온 사이에 나타난 알리샤가 데미안이 심심한 나머지 쳤던 발장난에 낚인 셈이었고,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데미안이 그 뒤를 따른 것이었다. 편의점을 나와 따뜻한 캔으로 불룩해진 양 주머니 속으로 손을 꽂아넣었던 데미안은 알리샤가 가는 발걸음을 똑같이 밟아가며 따라간 터였는데, 자신보다 좁은 발걸음 폭을 맞춰서 뒤를 따라가자니 평상시의 자신이 앞서갈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걸었던 참이었다.
"그거, 그 봉지 하나도 마저 줘."
"됐네요~ 하나도 안 무겁거든? 너 이것도 마저 들면 펭귄처럼 걸을 거 같아! "
"방금까지의 네 모습을 스스로 묘사하는 거야? "
"내가 펭귄처럼 걸었다고? "
"난 그렇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우씨, 알리샤가 캔을 쥔 손을 얼굴에서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낚을 생각 없었어도 내가 낚이니까 아주 재밌게 봤구만, 뭘! 너 내가 자빠질 뻔한 모습도 뒤에서 구경했지? "
"언제 자빠질 뻔 했어? "
편의점 나올 때 부터 봤지만 그런 모습은 못 본 거 같은데. 데미안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알리샤가 기세를 누그러뜨리곤 잠잠해졌다. 아이, 이번에도 또 덜렁댄 걸 내 입으로 말해버렸잖아?
"눈도 많이 오겠다, 사람이 잠깐 넘어질 뻔 할 수 도 있는 거지, 뭐."
"됐고, 그럴 줄 알았어. 안 봐도 보인다. 그니까 지금 들고 있는 것도 내놔."
데미안이 알리샤의 손에 있던 나머지 비밀봉지도 마저 채간 채 늘 그렇듯 발걸음을 먼저 옮겼다. 알리샤는 뭐라고 한 마디 붙이려던 걸 그만 두고 데미안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늘 걷던 모습 처럼.
한참을 그렇게 걷던 데미안이 멈춰섰다. 데미안이 멈춰서자 알리샤가 갑자기 왜? 하는 입모양으로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났다. 또 혼자 앞서 걸어가고 있었군. 데미안은 그런 알리샤의 모습을 보곤 양 손에 나눠들고 있던 비밀봉지 두 개를 한 쪽 손으로 몰아서 쥔 뒤, 자신의 빈 손으로 뒤에 서있던 알리샤의 팔을 끌어당겼다. 어어, 갑자기 왜 이러셔! 싶던 알리샤가 데미안과 나란히 서게되자, 데미안을 올려다보았다. 데미안은 캔 음료가 담긴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알리샤의 손을 잡아 쏙 집어넣었다. 알리샤가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어서 깍지는 낄 수 없었지만 한 손에 들어온 알리샤의 손은 아무런 반항 없이 데미안의 손에 꼭 잡혀서 주머니 속에 들어가있었다.
"거 봐. 나머지 하난 내가 든다고 했잖아."
갑작스런 데미안의 행동에 알리샤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래도 싫지않은 듯 말없이 데미안의 걸음에 맞춰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둘의 보폭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규칙적이고도 똑같아서, 발자국들이 총총히 바닥에 남고 있었다.
- 중편에서 계속.
'호흡이 긴 이야기 > 데미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미알리 <아프게 피어난,> 관련... (+) Thank U For (0) | 2016.01.19 |
---|---|
[데미알리] Thank U For - 중편 (0) | 2015.12.25 |
[데미알리/대사분석] 스포주의 (0) | 2015.12.04 |
[데미알리] 아프게 피어난, 에필로그 02 (0) | 2015.07.16 |
[데미알리] 아프게 피어난, 에필로그 01 (0) | 201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