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알리] 24/7 (0)
데미안 알리샤 / 메이플스토리 / 소설, 상플
아마 오늘의 제일 큰 실수라면 알바시간을 바꾸지 못한 게 가장 큰 실수라고나 할까. 멍청하게 제일 중요한 걸 까먹을 줄이야! 당연히 티켓팅 날짜와 시간을 까먹은 게 아니었다. 단지 티켓팅 시간과 겹친 알바 시간을 다른 타임 동료와 바꿔야 했던 사실을 까먹은 거니까. 만약 까먹지 않고 잘만 했다면 지금 계산대 옆에 작은 의자를 끌어다놓고는 노트북을 올려놓은 채로 마음을 졸이며 발이나 동동 구르고 있지 않고 있었을 것이고, 바로 위층의 피시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을 것이다.
“그냥 연습실 아무한테나 잠깐만 맡아달라고 할까?”
딱 10분이면 피시방에서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안면 튼 연습실 누구한테 부탁하면 잠깐 자리를 비울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도 잠시. ‘잠깐’이란 말도 표 잡기에 단번에 성공했을 때나 가능한 말임을 깨닫고는 알리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초장에 실패하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마우스로 스크롤을 오르내리며 표를 잡겠다고 계속 모니터 앞에 앉아있어야 할 테니까.
초침 바늘이 몇 바퀴만 더 돌면 밤 8시. 누가 되었든지 간에 전화하고 내려오라고 부탁하기 까지 주어진 시간으로는 좀 빠듯한 감이 있었다. 1층의 편의점과 건물 7, 8, 9층 전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 엔터테인먼트 사무실과 연습실. 덕분에 이 편의점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도중, 연습생 딱지를 떼고 데뷔한 몇몇 유명 가수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단지 지금 이 편의점에서 티켓팅에 참전할 수 있는 방법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과 의자 위에 올려둔 노트북 뿐. 지금 바랄 수 있는 것이라곤 이미 로그인 된 홈페이지이서 자동 로그아웃 되지 않고 티켓팅 참전에 성공하는 것. 그리고— 8시 정각에 아무 손님도 들르지 않을 것.
노트북 한 쪽 구석에 걸어놓은 초시계가 점점 정각을 향해 가고 있었다. 7시 59분 10초... 20초... 클릭은 오차 없이 정각에 해야 했다. 7시 59분 56초-
띠리링, 문에 달린 종소리와 함께 편의점 출입문이 열렸다. 어차피 대부분의 경우라면 살 것을 찾으려고 한 번 둘러보고 계산대로 올 테니 아직까진 괜찮았다. 짤막하게 ‘어서오세요-’를 외치곤 모니터 앞에 앉아 곧장 마우스 위로 손을 올린 알리샤가 깊은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버튼을 눌렀다.
좀 더 빠를 수 있었다. 다만 손에 땀이 차는 바람에 살짝 마우스 버튼을 미끄럽게 빗나간 게 좀 아쉬울 뿐. 순식간에 알록달록하던 좌석배치표가 회색으로 뒤덮이는 걸보면서 마우스 커서는 방황하고 있었다. 금세 살 것을 다 가져온 것인지 계산대 앞으로 불쑥 사람이 나타났고, 곧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계산이요.”
“잠깐만, 아-”
그냥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번 티켓팅은 망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영롱한 빛을 내던 작은 정사각형에 미련이 남아서인지 몇 번이고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보던 알리샤가 짧은 탄식을 뱉으며 모니터로부터 고개를 돌려버렸다.
“여기 알바 없어요?”
손등으로 퉁퉁, 계산대를 두들긴 손님이 아까보다 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후드를 푹 뒤집어써서 삐죽 튀어나온 적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한 눈빛의 주인은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가에 불만족스러움이 묻어나는 곡선을 그리면서 팔짱을 꼈다.
그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은 알리샤가 벌떡 무릎을 세우곤 계산대 앞에 섰다. 앞에 놓인 것은 라면 하나와 삼각김밥 하나. 반쯤 영혼이 빠져나간 모양새로 바코드기를 든 알리샤가 띡- 띡. 느리게 상품의 바코드를 읽었다. 그 모습이 답답한 듯 후, 하고 한숨을 내쉰 손님이 힐끗, 계산대 뒤쪽에 유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지금껏 알리샤가 붙잡고 있던 인터넷 창이 유리에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그 비친 모습에 한참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손님의 입가에서 불만족의 곡선이 지워지곤 조금은 애매한 모양새의 선이 남았다. 상대의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봉지에 상품을 담는 알리샤가 계산대 화면을 보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가격을 읽었다.
가격을 들은 손님이 지갑에서 지폐와 동전을 조금은 절도 있게 꺼내보였다. 지갑을 들고 있는 손이나, 돈을 빼고 있는 손이나 할 거 없이 손가락 마디마디 감겨있는 하얀 붕대를 보며 알리샤는 멍한 눈빛으로 잠깐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봉지를 건냈다. 그러곤 짧게 ‘안녕히 가세요.’ 라는 말과 함께 한숨을 쉬며 한바탕 회오리가 지나간 티켓팅 창이 떠있을 노트북을 보기위해 무릎을 접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어때요?”
“뭘 어때요. 어, 뭐 더 필요하세요?”
멀뚱히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던 알리샤가 아직도 안 가고 서있던 손님을 늦게 발견하곤 물었다.
“유리에 비친 모습 보니까 뭐 티켓팅 하는 거 같은데. 잘 됐나 궁금해서요.”
“말 시키지 말아 봐요. 안 끝났어요, 아직.”
넌지시 물음을 던졌던 손님은 알리샤의 답을 듣고도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젠 그 손님의 시선이 신경쓰이는 듯 알리샤가 조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안 됐으면- 뭐 대신 티켓팅 해줄 거예요?”
“해주겠단 말은 안 했는데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
“뭔진 몰라도 왜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가려고 하는 지는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시비 걸 거면 좀 나가시구요.”
자신의 시비를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인 손님은 봉지를 들고는 총총히 문 밖으로 사라졌다.
“하, 망했어.”
모니터에 떠있는 창을 바라보며 알리샤가 중얼거렸다. 곧 손님이 나간 문을 보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웃긴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도 콘서트 때문에 밴드 생각만 해서 그런지 별 사람 목소리가 다 보컬 오빠처럼 들리네.”
빠..계..못
빠는 계를 못 탄다...^^
덕후빠순 알리샤 최고
킬힐 안요나 曰 : 잘생기면 다 오빠야
Thanks to :
메이플 HL 덕질계2 (mapleHL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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