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알파베타윌 / 메이플스토리 / 소설, 상플



★스토리 자체가 에스페라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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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베타윌] 결전의 끝, 그리고 시작 - 에스페라.


으스스했던 풍경은 어느덧 조금은 익숙해진 터였다. 비틀린 나무들의 가지마다 걸린 사슬들 밑으로 ㅡ멜랑의 말대로라면ㅡ 타나로부터 흘러나왔을 거울에 물든 물결만이 잔잔했다. 도르래를 앞에 둔 알파와 베타를 중심으로 잔잔한 물결에 파장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타나를 구하기 위해 물 밑으로 내려간 올리와 끊임없이 교신을 하는 와중에도 아까 만난 이후로부터 계속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궁극의 빛은 궁극의 어둠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말의 참뜻을 알 때 즈음에야 만날 수 있을 거라던 그의 말. 결코 함부로 흘린 말은 아닐 터였다. 빛과 어둠은 곧 창조와 소멸이라는 진의는 이미 알아냈으니, 윌의 말대로라면 곧 만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늘 소독약 냄새를 달고 다니던 거울 세계 의무대장 시절과는 다르게 에스페라에 진입하며 만난 윌은 짙은 향수 냄새가 짙었다. 그때와는 다르게 머리를 힘 줘서 올려 이마를 훤히 드러낸 윌은 더 이상의 가면도, 친절을 빙자한 연기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올리의 살신성인으로 겨우 바다 밑에 잠겨 있던 타나를 건져 올리고, 타나를 전송하기 위해 모두가 분주했다. 한껏 물에 젖어 무거워진 옷을 비틀어 물을 짜내는 올리의 팔에서 붕대가 흘러내렸다.

올리, 젖어서 붕대가 풀어졌- 이 문양은!”

왜 그러십니까?”

올리가 팔을 들어 올리자 붕대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문양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거미 문양. 누가 보아도 반박할 수 없는 윌의 표식이었다.

거미는 적.”

옆에 서있던 빛의 집행자의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올리에게 달려들었다.

물러나십시오!”

알파, 우리가 올리를 지키자.”

베타가 대검을 꺼내들며 올리 앞을 가로막고 섰다. 알파 또한 태도를 꺼내들고 베타 옆에 서며 슈엣을 불렀다.

슈엣! 올리가 쓰러졌어. 전송! 전송은 어떻게 되었지?”

알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아직-”

젠장.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없겠군.”

수없이 몰려드는 빛의 집행자들이 알파와 베타의 칼날에 스치며 그 모습이 사라졌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려들던 빛의 집행자들도 화려한 태그 스킬 아래에 그 수가 눈에 띄게 줄며 마침내 마지막 집행자까지 스러졌다. 최후의 일격을 날린 베타가 서둘러 몸을 숙여 올리의 몸을 붙잡았다.

끝났어. 곧 베이스캠프로 보내줄-”

이런,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요. 건방진 아가씨의 숨은 다행이 붙어 있군요.”

!”

알파의 매서운 목소리가 고요한 허공을 갈랐다.

이런, 벌써 꽤 지친 것 같은데요?”

빙글거리는 웃음에 주먹이라도 한 대 내지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는 알파의 옷깃을 잡으며 올리가 고개를 내저었다.

쿨럭. 타나를 전송해야 으윽. 도망쳐요. 슈멧. , 타나를-”

슈멧. 안 돼. 올리를 전송해줘. 타나는 우리가 지킬게.”

쿨럭. 전 당신들을 지켜야 싸워선 안 돼요.”

스르륵 베타의 품으로 쓰러진 올리를 보던 알파가 소리를 내질렀다.

슈멧. 어서!”

올리의 모습이 사라지자 윌의 입꼬리에 서늘한 미소가 걸리더니, 곧 윌의 앞에서 부유하던 책이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알파와 베타를 공격했다.

저런. 건방진 아가씨의 말을 따랐어야죠.”

멜랑이 분명 힘을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쓰러진 베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그맣게 속삭였다.

하하하.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건가요, 베타. 콤비 플레이로 집행자를 쓸어내서 타나의 힘을 약화시킨 게 바로 알파와 베타 둘이잖아요. 잊었나요?”

그래서 올리가 싸우지 말라고.”

겨우 몸을 일으킨 알파가 중얼거렸다.

축하해요. 건방진 아가씨를 구하느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셨네요. 그 아가씨야말로 필요하다면 두 분 대신 죽어줄 장기말이었던 것 같은데.”

?”

베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위대하신 분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대적자인 두 분 뿐이시죠. 그러니 다른 자를 대신 희생하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개소리하지 마.”

알파가 사납게 대꾸했다.

, 이제 당신도 슬슬 모습을 드러내는 게 어때요?”

윌의 말에 알파와 베타가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잠시, 에스페라에 진입하면서 만났던 하얀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쉽게 되었군요. 대적자와 맞붙으면 제가 거울 세계의 힘을 사용할 거라 생각하졌던 것 같은데. 그럴 필요조차 없던 자들이지 뭐예요?”

하얀 마스크를 쓴 수상한 자가 잠시 다가오려고 하자 윌이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아아~ 잠시만요.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어요. ~ 그럼 선택의 시간입니다. 대적자를 구하느냐, 의식을 저지하느냐. 어느 쪽을 택하든 당신의 자유예요. 하지만, 주의하세요.”

한 발짝 알파 앞으로 걸음을 옮긴 윌의 얼굴에 조소가 어렸다.

머뭇거릴 시간은, 없으니까.”

윌의 손바닥이 강하게 알파의 흉부를 밀어냈다. 채 중심을 잡기 전에 알파의 몸이 뒤로 쏟아졌고, 풍덩-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물속으로 모습이 사라졌다.

뭐하는 짓이야!”

당황한 베타의 목소리가 비명소리처럼 허공에서 갈라졌다. 대검을 쥐고 덤비려는 베타를 피하지 않고 윌이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 했을 텐데요.”

.”

알파를 구하는 대신 저를 베겠다는 건가요? 이럴 거면 거울 세계에서 한 쪽을 없애게 하려고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었네요. 이렇게 한쪽이 자멸해주는데 말이죠.”

?”

이곳 물은 메이플 월드에서의 물과는 다르답니다. 잘 아시잖아요. 기다리겠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베타 혼자만이 저를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베타가 들고 있던 대검을 차분히 내려놓고는 알파가 빠진 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뽀글거리는 기포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알파의 금발이 물결 너머로 보였다. 베타가 대검의 방향을 돌려 칼날 끝부분을 자신이 잡고는, 알파를 향해 손잡이 부분을 내밀었다.

알파! 잡아!”

물속으로 들어간 대검 너머로 알파가 손잡이를 잡으며 생겨났을 흔들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저 멀리 서있던 하얀 마스크를 쓴 수상한 자도 베타 옆으로 다가와 알파를 물 밖으로 꺼내는데 함께 힘을 보탰다.

한참 시름 끝에 겨우 알파를 건져낸 베타가 입고 있던 망토를 풀러 알파를 덮어주었다. 이미 타나와 윌은 모습을 감춘지 오래였다. 가쁜 숨을 내쉬던 알파가 베타 옆에 있던 수상한 자에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쿨럭, 쿨럭. 다짜고짜 배를 폭파시킨 게 너였어. 근데 타나의 의식을 진행하던 윌을 공격한 것도 너였고, 나를 베타와 함께 구한 것도 너였어. 너 뭐하는 놈이야.”

…… 놈을 제거하기 위해…… 대적자가 필요하다.”

놈이라면 검은 마법사를 이야기하는 거야?”

베타의 물음에 수상한 자는 답변 대신 손을 뻗어 포탈을 만들었다.

뭐하는 거야.”

알파의 질문에 수상한 자는 답변 대신 알파와 베타 둘을 포탈로 밀어 넣었다.

 

, 여긴 베이스캠프잖아?”

알파! 베타! 어떻게 된 거야?”

허둥지둥 슈멧이 달려왔다.

강제로 공간이동을 시켰나봐. 그 자는 누굴까? ! 알파. 저것 봐. 백색 태양이야. 태양이 떠올랐어.”

아까는 분명 없던 태양이었다. 결국 거미의 음모를 막지 못한 것임이 자명해졌다.

올리는 배 안에 눕혀두었는데 독이 점점 퍼지고 있어.”

?”

일반적인 독은 아니고 마법에 의한 거예요. 마법을 풀 수 있는 건 술자 본인뿐이죠. 윌은 저 태양 안에 있을 거예요. 아쉽게도 내부로 진입할 방법은-”

멜랑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난파선 옆으로 풍덩 소리와 함께 거울 모양의 게이트가 나타났다.

“- 있네요. 꽤 뻔한 함정이에요.”

따라오라는 거겠지.”

알파가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가자, 알파.”

베타가 몸을 일으키며 게이트 앞에 섰다.

윌에게 해독제가 있을 거야. 우리가 가자.”

그래, 가자.”

알파가 덮고 있던 망토를 베타에게 돌려주고 다시 칼을 쥐어보았다. 결판을 내야만 하는 대결이었다. 게이트 앞에 서자 곧 신비로운 빛이 눈앞에 가득 찼다.

 

멜랑의 말에 의하면, 거울 세계로 구현된 신전은 타나가 있던 곳 그대로라고 했다. 전처럼 공간에 맺힌 기억을 읽어내며 결코 져서는 안 될 싸움을 준비하는 와중이었다. 언니를 쓰러뜨리며 초월자가 되어야만 했던 타나가 결국은 빛의 초월자 아이오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잠시, 멜랑이 전하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검은 달과 백색 태양이 융합하며 두 세계의 초월자의 힘이 하나가 될 거라는 이야기는 승산이 없는 정도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결국 윌을 쓰러뜨려 의식을 중지시켜야겠군.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어.”

장비를 정비하며 싸울 채비를 하는 알파에게 베타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알파. 초월자에게 운명이란 뭘까?”

?”

단지 첫 기억을 읽었을 때는 타나도 쌍둥이여서 반가운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 기억을 읽어낼수록 타나가 초월자가 되고 운명에 저항한 대가로 얻게 된 고통의 전말을 알게 되며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륀느 여신님과 알리샤는 검은 마법사로 말미암아 기꺼이 순응했지만 타나는 그렇지 않은 것. 초월자에게 운명이라는 것은 무엇일지, 단지 타나에게 드는 이 연민 이상의 감정은 무엇일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운명은 우리가 바꾸면 돼. 정해진 건 없어. 그게 우리가 검은 마법사의 결전에 참여하는 이유일 거야. 그것 때문에 륀느 여신님이 그래서 우리에게 힘을 물려준 거잖아. 우리는 순응하고 안 하고를 정하는 대신, 운명을 바꾸면 되는 거야.”

운명을 바꾼다. 좋다.”

베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멜랑이 아까 거울 빛에 물든 바다에서 윌이 거울의 힘 말고도 강한 이유가 또 있다고 그랬지.”

.”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거미 문양 하나로 결국 여기까지 오게 했어. 자신의 힘이 타나의 힘에 눌리니까 우리가 집행자를 처리하게 해서 타나의 힘을 약화시켰고, 결국 우리가 찾아낸 타나를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다시 손에 넣었어.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거울 안으로까지 제 발로 걸어오게 만들었어.”

그 때랑 똑같네. 우리 둘 중 누가 부정한 자인지를 찾게 만들 때도 그랬잖아.”

맞아. 윌은 자기가 직접 손을 쓰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얻어가려고 해. 그런 놈을 두고 몇 번의 고비를 지나 이제야 제대로 상대할 수 있게 되었어.”

꽤 오래 걸렸네. 긴장 돼?”

아니라고는 말 못 해.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는 아니니까.”

태도를 꽉 쥔 알파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와중에 알파의 눈은 든든한 파트너인 베타를 향해있었다. 베타가 알파에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이니까.”

가자. 윌이 있는 곳으로.”

 

거울 속으로 들어가자 신비한 빛이 머무는 회랑이 나타났다.

다행이네요. 알파와 베타 두 분이서 오시니 말입니다. 대단해요. 두 분께서 어떤 선택을 하실지 저는 매우 궁금합니다. 가련한 소려의 숨을 끊고 세계를 구할지, 초월자를 넘어선 존재와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일지. 물론, 그 전에 절 쓰러뜨리지 못하시면 아무 의미가 없겠지만요.”

널 쓰러뜨릴 거야. 그리고 의식을 멈출 거야.”

베타의 말에 잠시 고개를 끄덕인 윌이 공중에 떠있는 책장을 의미 없이 넘기며 대답했다.

사람의 진가는 선택의 순간에서 드러나죠. 가장 급박한 순간, 가장 절실한 때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 그게 바로 그 사람을 드러내니까요.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제 손아귀에 계신다는 건 달라지지 않겠지만요. , 맞습니다. 두 분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셨습니다.”

 

거울 세계 컨트롤 룸에서의 공격보다 더욱 정교해지고 세밀한 공격이 무수하게 이어졌다. 거침없는 태그로 밀고 막아내는 칼날을 윌은 조금은 여유 있게 피하며 역공을 가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공격 패턴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반격하며 점차 거울 속 깊은 곳까지 윌을 몰아세우자, 윌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던지며 진심으로 싸움에 임하기 시작했다. 윌이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을 정도로 구석의 구석으로 밀어붙이자, 알파와 베타 앞에 윌에게 빼앗겼던 타나의 모습이 보였다. 조인트 어택의 막타와 함께 윌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베타의 발 앞으로 윌이 떨어뜨렸을 오묘하고 음산한 빛을 발하는 젬스톤이 굴러왔다.

후후 저로서는 역부족이었군요. 이거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항복입니다. 깨끗하게 졌어요. 정말,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군요.”

때 아닌 윌의 탄복에 오히려 알파와 베타의 눈에 의심스러운 눈빛이 어렸다. 알파의 태도가 윌의 목울대 앞에 바짝 닿았다. 알파가 사늘하게 잘근잘근 말을 뱉어냈다.

기다리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 거울 세계에서 아주 재미있었겠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우리의 인생이 말이야. 지겨울 법도 한데,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 입장에서는 아주 재밌었을 거야. 그렇지?”

그렇게 제 마음을 읽어주시는 경지까지 오르신 건가요? 감개무량하네요.”

, 감개무량하다고?”

, 그 건방진 아가씨에게 걸린 마법은 풀렸어요. 그러니,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네요. 타나를 제거하는 것.”

허튼 수작 부리지 마.”

칼날이 닿은 윌의 목에 옅은 줄이 생기더니 이내 곧 붉은 핏방울들이 맺혔다.

선택하셔야죠. 말 했잖아요, 저는 궁금하다고.”

…… 도와줘.”

타나의 마른 입술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와줘…….”
알파.”

…….”

베타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베타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하겠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쉰 알파가 푹 고개를 내쉬었다.

안 되겠어. 그만 두지.”

라고요? 알파, 베타. 지금 알고 이러는 겁니까? 이 이후에 기다리고 있는 건-”

알아. 두 세계의 초월자의 힘을 가진 검은 마법사지.”

다시 고개를 들고 태도를 바짝 치켜 올린 알파를 향해 윌이 놀라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한다구요?”

어쩔 수 없지. 어떻게든 이겨낼 수밖에. 이겨내야지.”

하하하하. 정말이지, 감탄할 수밖에 없군요.”

윌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든 메운 와중에 타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는 알파와 베타의 모습도 잠시, 천지가 정신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검은 달이 가까워지며 동화가 시작된 겁니다. 이젠 정말 막을 방법이 없어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알파, 베타. 끝이라니 안타깝군요.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아쉽네요. 미안하지만 여길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분에게 맞서도록 놔두기에 두 분은 너무 위험하거든요.”

!”

가볍게 알파의 태도를 팔꿈치로 쳐낸 윌이 미소를 지으며 뒷걸음질 쳤다.

오랜만에 두 분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잊지 못 할 겁니다. 두 분의 선택을.”

윌이 사라진 자리에 셀 수 없이 많은 거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알파!”

베타의 호명에 알파가 서둘러 베타와 등을 맞대고 섰다. 윌이랑 싸우며 이미 바닥날 대로 바닥난 체력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다 끌어내어 칼을 휘둘러보았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둘 위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차리십시오, 알파! 베타!”

올리!”

올리의 등장과 함께 공간의 균열이 가며 익숙한 사람이 모습을 보였다. 알파가 퍼뜩 고개를 들며 중얼거렸다.

나인하트?”

일단 이 징그러운 벌레부터 해치우죠.”

나인하트와 함께 몰려온 시그너스 기사단의 활약으로 거미로 가득했던 공간이 일순간 정리되었다. 검은 달과 융합될 거라며 함께 공간을 빠져나온 연합군들이 다들 숨을 돌리며 나인하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윌은.”

베타의 질문에 멜랑이 더 깊은 거울 세계로 도망쳤다며 책 하나를 들어올렸다. 겉표지에 윌의 눈모양의 표식이 선명했다.

대신 좋은 걸 떨어뜨리고 갔네요.”

알파, 베타. 한숨이 깊군요?”

아무 것도 해결을 못 했으니까. 결국 융합하게 내버려뒀잖아.”

알파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검은 마법사가 무얼 하려는지 알아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니까요. 이제 진짜 최종막입니다. 전투가 치열했을 테니, 여기서 쉬고 있으세요. 저는 병사들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나인하트가 물러가고 바닥에 앉아 알파와 베타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함께 물을 나눠 마시는 와중에도 융합된 하나의 구체가 기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하늘 위에 떠있었다.

알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야. 너 말대로, 우리는 언제나 함께이니까.”

그래. 우리가 바꾸자. 우리와 이 세상의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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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스 없는 알파... 빛의 기사님의 링크 스킬을 애용하도록 합시다..

기본 에스페라 스크립트에 좀 더 살을 붙이고 약간씩 배치에 있어서 조정을 했습니다. 존잘님 에스페라 입성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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