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x알리샤 / 메이플스토리 / 소설, 상플

[데미알리] 사랑해도 될까요 (프스AU)

 

 



 음악 시간이 시작되기 전, 미리 음악실에 도착한 학생들의 소리가 시끄러웠다. 삼삼오오 모여서 어제 본 드라마를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음악실 맨 뒤에서 한바탕 레슬링 경기를 연 학생들도 있었다. 음악 교과서는 대충 던져놓은 채 곧 먹을 급식 메뉴를 읊는 학생들과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휴대폰으로 보는 학생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부근은 화이트 보드 칠판 앞에 놓여있는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였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피아노 주변은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연주하고 싶은 학생들과, 연주자들을 구경하는 학생들로 늘 인산인해였다.
 음악 교과서와 필통을 품에 안고 음악실에 들어선 알리샤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그랜드 피아노 가까이 다가갔다. 다들 자신들이 기억나는 악보를 뚱땅거리는 와중에 불쑥 들어선 교환 학생을 향해 모두 시선이 쏠렸다.
 “알리샤. 너 피아노 칠 줄 아니?”
 학생들이 모두 궁금한 표정으로 알리샤를 바라보았다. 알리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에서 오기 전부터 늘 연주하던 악기였다. 한국에 온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피아노 방에 앉아서 연주를 했으니 전처럼은 아니어도 능숙하게 연주할 수는 있었다. 알리샤의 긍정적인 고개 끄덕임에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일어나며 알리샤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조심스럽게 피아노 의자에 앉은 알리샤의 손이 건반 위에 올라갔다. 무슨 곡을 연주해야하나 잠시 고민에 빠진 알리샤의 머리 속에 요즘 한참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나온 노래가 떠올랐다. 악보를 찾아본 적은 없지만 건반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들은 충분히 음을 재현해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알리샤의 엄지손가락이 첫 음을 누르면서 연주가 시작되었다. 피아노 주변에 모여 있던 친구들은 모두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자 모두 잠잠해진 채 알리샤가 연주하는 곡에 귀를 기울였다. 반주만 나오는 부분이 끝나고 가사가 시작되기 전, 알리샤는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한 소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음악실 미닫이 문이 조금 거칠게 열렸다. 셔츠 한 쪽은 대충 바지에 쑤셔 넣고 한 쪽 눈은 안대로 가린 데미안의 자신이 쓴 악보들을 대강 팔에 낀 채로 음악실로 들어섰다.
 수업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니었다. 데미안 밴드에서 사용하는 베이스를 잠시 수리 맡긴 터라, 임시로 쓸 만한 악기가 있나 음악실 안쪽 창고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익숙한 목소리가 익숙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첫눈에 난 내 사람인 걸 알았죠

 알리샤가 한국어를 배우겠다며 요즘 몰아보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래였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부르던 노래였는데 그 노래를 알리샤가 부르고 있을 줄이야. 중간중간 심부름을 하면서 같이 보던 드라마였기에 더욱 익숙했다. 알리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는 단어나 표현을 풀이해주느라 팔자에도 없던 드라마 시청을 같이 했던 데미안이었다.
 피아노 연주석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미닫이 문이었기에, 알리샤와 데미안의 시선이 만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깜짝 놀란 알리샤는 다음 가사를 부르지 않고 단지 반주만 연주했다.  ‘내 앞에 다가와, 고개 숙이며 비친 얼굴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죠.’ 부분 가사를 통째로 놓친 알리샤가 다시 목을 가다듬고 다음 부분을 이으려는데 불쑥 그랜드 피아노 옆에 선 데미안도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함께 같은 음으로 부르다가, 알리샤가 자연스럽게 데미안 목소리에 맞춰 화음을 넣기 시작했다.

 내 맘을 모두 가져간 그대

 마치 몇 번이고 연습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노래였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부르는 노래에 저 멀리서 시끌벅적하던 학생들도 잠잠해지며 둘의 화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들 소리 없이 입으로 오오-를 외치며 즉석 듀엣에 빠져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얘기 할래요 용기 내볼래요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인 걸요 분명한 느낌 놓치고 싶진 않죠

 처음 연주를 시작할 때만해도 살짝 굳어있던 알리샤의 입꼬리가 한층 올라가있었다. 오히려 데미안은 반대였다. 웃음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데미안은 노래를 함께 하고 있었다.

 사랑이 오려나봐요 그대에게 늘 좋은 것만 줄게요.

 한껏 미소 지은 알리샤가 능숙하게 간주 부분을 연주했다. 주변에선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건반을 향해 잠시 고개를 숙인 알리샤를 내려다보는 데미안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쌤 온다, 쌤!”
 저 멀리 복도에서 망을 보던 학생이 우당탕탕 음악실로 뛰어 들어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자기 자리로 우르르 돌아갔고 연주를 멈춘 알리샤와 데미안만이 우두커니 피아노를 지키고 있었다. 데미안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알리샤가 조심스럽게 데미안의 손을 잡으며 천천히 피아노 의자 위에서 일어났다. 알리샤를 자리로 안내한 데미안이 서둘러 음악실을 빠져나갔다. 알리샤가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데미안의 모습은 사라졌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노래를 한다면서 가려고 했던 창고는 가지도 못 하다니. 지금은 수업 중일 테니 점심시간에나 다시 가야할 터였다. 음악실을 빠져나오는데 등 뒤로 맨날 지르는 노래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로맨틱한 노래도 부를 줄 몰랐다는 친구들의 감상이 이상하게 기억이 남았다. 조금은 짜릿했던, 눈을 마주보며 부르던 드라마 속 노래가 두고두고 생각났다. 마지막에 자리를 안내하겠다며 잡았던 알리샤 손의 체온이 아직도 손 마디마디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알리샤가 피아노 방에 앉아 이것저것 생각나는 음들을 연주하던 중 잠시 멈칫했다. 아까 음악실에서 채 완주하지 못한 노래가 불쑥 떠올랐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반주만 연주하기 시작했다. 1절이 지나고, 간주가 지나고. 도중에 끝났던 지점에 도달하자 잠시 손가락이 멈춰 섰다. 마저 연주를 다 했으면 좋았을 텐데. 2절을 다시 연주하는데 등 뒤의 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선 데미안이 채 부르지 못한 부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잠깐 뒤를 돌아본 알리샤가 차분히 웃으며 연주를 이었다. 데미안이 한 발 두 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피아노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차분한 미성이 피아노 음과 조화롭게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설레고 있죠 내 맘을 모두 가져간 그대
 참 많은 이별 참 많은 눈물 잘 견뎌냈기에
 좀 늦었지만 그대를 만나게 됐나 봐요

 거친 노래만 부르던 데미안이었지만 조금은 부드러운 노래에서도 데미안은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알리샤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데미안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감미로웠다.

 지금 내 앞에 앉은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대에게 늘 좋은 것만 줄게요

 바다를 닮은 알리샤의 눈동자에 조금 물기가 어려 있었다. 데미안이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마지막 가사를 불렀다.

 내가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마지막 음을 누른 알리샤의 손이 건반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한 데미안이 차분히 말을 꺼냈다.
 “아까 다 못 부른 게 아쉬워서.”
 “….”
 “다 불러주고 싶었어. 끝 부분까지.”
 피아노 의자에서 알리샤가 일어났다. 폭신한 슬리퍼를 제대로 신지 않은 채로 발걸음을 옮긴 알리샤가 데미안을 꼭 안았다.
 “…고마워.”
 알리샤의 포옹에 화답하듯 데미안의 팔이 알리샤를 감쌌다. 서로의 품이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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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찬 마지막으로 읽은 게 언제인지... 못 읽겠어서 안 읽었는데 때문에 당시 설정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프스 뎀알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였기에 기어코 쓰고 말았습니다. 너로찬 중간 부분의 어디 즈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 일 거 같아요. 일어났을 것만 같은.

 

글 수정은 자고 일어나서! 하는 걸로! ~오전 8시 21분에 자러 가버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