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1급과 첫 번째 1급

 저번 61회 1급을 받았을 때는 얼떨떨하기도 했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71회에 또 받고 나니 그저 운으로 치부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졌다. 시험 끝나고 너무 많이 틀린 거 같아서 앞이 캄캄했는데.. 이번에 성적을 보면서 사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이게 정말 내 성적이라고? 싶어서. 저번이랑 똑같은 1급을 받고 싶다는 게 시험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히 또 받을 수 있었다! 저번에는 상장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따로 상장을 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단 나는 이과생이고, 한자를 거의 모르는 것과 다름이 없고, 철학 지문을 어려워한다. 내가 수능 공부를 할 때 중세 국어 어려운 부분은 시험 범위가 아니어서 공부한 바가 없다. 하지만 무조건 단점만 있던 것은 아닌 게 일단 교양이나 전공에서 접한 내용들이 과학 지문으로 나올 경우 쉽게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있다. 이번에 면심입방, 체심입방 지문이 그런 과학 지문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때 문이과 선택 당시 처음에는 문과로 지원을 했다가 마지막 날 이과로 바꿔서 오늘에 이르렀다. 내가 이과를 선택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전공이 너무 재미있었고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실험을 잘하고 못하고는 다른 문제지만..! 그래도 가끔 어른들이 나를 보고 문과에 갔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얘기해주시는 걸 보면 ‘그런가?’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첫 1급 당시에는 2주끝장 책을 봤고, 이번 1급에는 한권끝장 책을 봤다. 한권끝장은 2-3년 전에 사두고 손도 안 댄 책이라서 이번에 썼다. 신판을 살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비교해보니까 문제 몇 개만 바뀐 거 같아서 있던 걸로 준비하기로 했다. 2년 전 시험과 다른 책을 본 것도 있지만 이번에는 영상도 봤다. 문법과 관련해서 유튜브에 공무원 시험 강의 샘플로 올라온 영상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게 크게 도움이 됐다. 이걸 보고 책을 보면 더 기억에 오래 남아서 공부 효과가 배가 된다.

 일단 한 번 읽고(고유어 / 한자어 / 비슷한 단어 등) 모르는 것만 줄을 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줄을 친 것만 읽었다. 워낙 양이 많아서 그 많은 분량을 절대 또 보고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 파트를 읽을 때(월요일이 고유어라면 화요일은 한자어 이렇게 날마다 한 파트를 잡고) 앉은 자리에서 한 분량(대략 50페이지)을 끝내야했다. 맥이 끊기면 언제 또 내가 집중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고, 한 번에 분량을 끝내야 마지막에 가서 비슷하거나 헷갈리는 것들이 연상이 되면서 오래 머리에 남기 때문이다. 고유어를 다 훑은 후 ‘미쁘다’와 ‘시쁘다’가 문득 서로 겹치듯 떠오르면 각각 단어에 추가로 체크를 하는 식으로?

 

줄 치기 예시


 생활 국어 과목을 좋아했던 터라 문법을 배우는 건 너무 재밌었다. 이걸 배우고 내가 글을 쓰게 되면 바로 적용을 하면서 익히게 되니까 재미가 더 배가 되는 느낌? 뭔가 배운 만큼 내 글솜씨도 내실을 다지는 느낌이었다.

 내 방법보다 더 탁월한 방법이 있을 테지만 일단 내가 시험을 준비한 과정은 이러했다. 기출 문제도 풀어보려고 했는데 시험일이 촉박해서 풀지 못 했다. 빡세게 준비한 거는 1주일이 채 안 된다. 시험장을 나와서 제일 먼저 검색해본 것은 갑절과 곱절의 차이였다. 비슷한 용례로 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한자어는 적절한 한자를 찾아봐라! 써봐라! 하면 찾거나 쓰지는 못하지만, 문맥으로 나오는 문제라면 풀 수 있다. 사자성어도 어떤 한자들로 이루어진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그 뜻과 비슷한 사자성어들을 떠올릴 수는 있다. 언젠가는 한자 1급을 따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있는데.. 한자 1급을 따면 단어마다 이루고 있는 한자가 팍팍 떠오를 수 있을까..?
 저번 12월에도 시험을 봤는데, 그때 시험을 못 볼 뻔했다가 본 거라서 정신이 없는 상태로 봐서 그런지 시간 배분에 실패해서 뒷부분 10문제 정도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풀었다. 그리고 수어가 나와서 이게 뭐야? 싶기도 했었고. (2년 전에는 없던 유형으로 기억한다.)

 덕질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도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장문의 글. 난 늘 글을 쓸 때 떠오른 단어도 찾아보지만 문법적으로도 맞는지 계속 찾아보는 편이다. 찾아본 걸 며칠 후에는 또 까먹어서 똑같은 걸 또 찾아보는 편인데 이게 확실히 도움이 된 거 같긴 하다. 이 과정들이 많이 쌓인 상태로 문법을 공부하면 아예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뭐라도 이것저것 굴러다니는 것들을 정리하며 쌓아올리면 되기 때문에 공부할 때 훨씬 시간이 절약된다. 물론 나는 이렇게 시험공부도 하고 글을 쓰며 사전을 찾지만, 여전히 글에는 오류가 발생한다.

 요즘 글을 쓰지 않는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저 내가 게을러서- 라고 표현하기엔 좀 복잡한 문제인 거 같기도 하다. 내가 예전에 쓴 글들을 살펴보면 ‘와, 내가 이걸 썼다고?’ 싶은 감정과 ‘아, 이게 뭐니.’ 싶은 양가감정이 드는데 이게 최근 들어서는 후자에 잡아먹히면서 내 글을 읽고 싶지 않아졌다고 해야하나. 나는 잘 쓰고 싶은데 부족함만 자꾸 마주하는 것, 이게 첫 번째 간극이다. 내 캐릭터 해석에 있어서도 보다보면 지극히 내 스타일이고 내 취향이 묻어나는데 이게 과연 잘한 해석일까? 하는 스스로의 의문에 잡아 먹히는 게 두 번째 간극이다. 때때로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게으르게 완성은 하지 않는 나로 인한 한심한 감정이 세 번째 간극이다. 생각나는 것들은 끊임없이 메모하지만 하나로 완성을 시킨 게 너무나도 옛날이야기 같다.
 어릴 때 독후감 같은 글을 쓰면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이 읽어주시고 피드백을 주셨는데, 그렇게 피드백 받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 쓰는 글들은 그런 피드백보다는 내 스스로 꾸려나가야 하는 느낌? 이게 벅찬 거 같기도 하고. 지쳤다기엔 쉬고 있는 기간이 너무 길고. 후기 마지막에 변명만 늘어놓는 게 참 웃기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1급을 2번 받았고! 뭔가 후기로 남기고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스스로를 칭찬하며 이번 글은 여기서 끝! 잘했다!!!!!!!

 

시험 결과 분석